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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자 "한국은 중국의 거울"
  • [삼성화재배]
  • 뉴스제공 : 사이버오로 / 김수광 2017-12-07 오전 2:17:38
▲ 중국 신랑망(新浪网·시나닷컴)의 리신조 기자(왼쪽), 중국 혁객(弈客)의 우츠차오 기자.

중국기사들이 정상에서 격돌하고 있는 이번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전엔 다른 때보다 많은 중국매체가 취재왔다. 신랑망(新浪网;시나닷컴), 혁객(弈客;모바일 중심 매체), 체단주보의 기자들을 오랜 만에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중국의 바둑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면 위빈 중국 국가대표팀 총감독이나 왕레이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 혹은 화쉐밍 국가대표팀 화쉐밍 총매니저 같은 이들이 주를 이뤘다. 자연히 중국 정상급 프로기사들의 기량, 훈련방식 등이 주제가 되기 마련이었다.

기자들은 또 다른 시각의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랑망(新浪网)의 리신조(李新舟) 기자와 혁객(弈客)의 우츠차오(吳赤潮) 기자와 대화하면서 진솔한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삼성화재배를 중국바둑계에서 어떤 기전으로 생각하나?
(리신조) 역사가 오래된 삼성화재배는 수많은 승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절세고수 마샤오춘이 이창호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던 상성, 뤄시허가 이창호의 불패신화를 깨뜨린 사건 등 갖가지 이야기가 중국바둑계를 흥분시켜 왔다. 커제나 탕웨이싱은 삼성화재배가 배출한 월드 스타들이다. 중국 프로기사들의 마음속에 삼성화재배는 아주 권위있는 대회로 새겨져 있다. 해마다 열리는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에 중국 프로기사들은 열심히 참가한다.

(우츠차오) 삼성화재배는 응씨배·동양증권배 이후 가장 권위있는 대회다. 역사 깊고 권위있던 또 다른 대회 후지쓰배는 24회를 끝으로 사라졌다. 삼성화재배 챔피언이 된다는 건 권위있는 세계대회의 우승자가 된다는 걸 상징하며 그 챔피언들의 계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뜻이기에 프로기사들은 유구한 역사에 자기 이름을 올리겠다는 투지를 불태운다.

- 중-중전으로 펼쳐지는 이번 결승에 대해 중국바둑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우) 2013년 전후로 중국은 세계대회 개인전 타이틀을 휩쓸어 미위팅, 장웨이제, 퉈자시 같은 우승자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들의 세계대회 우승이 한번에 그쳤고 세계대회 4강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버거워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중국은 좀 더 어린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구쯔하오·리쉬안하오·셰얼하오 이렇게 3명은 ‘삼(三)하오’로 불리는데 이들처럼 1990년 후반 출생한 기사들이 성적을 내면서 기대를 모은다. 과연 구쯔하오가 삼성화재배 결승에 올랐고, 셰얼하오가 LG배 결승에 올랐다. 리쉬안하오까지 몽백합배에서 잘해줬다면 삼하오가 모두 위세를 떨치게 되는 것이었다. 중국은 이를 ‘청춘의 폭풍’이라 명명하며 응원한다.

한편 탕웨이싱은 챔피언 대열에 있다.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하면 세계대회 통산 3회 우승을 달성하게 되고 위상은 확 변할 것이다. 구리 이후 세계대회를 여러 번 우승한 기사로는 커제가 유명해 4차례 획득했고, 천야오예가 2차례다. 그러고 보면 박정환도 2차례다. 그동안 중국 내에서 유독 저평가된 기사인 탕웨이싱이 3차례 우승을 이룬다면 커제에 버금가는 대승부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다만 승부 외 평가는 어찌될지 모르겠다. 대국 태도가 그렇게 모범적이라고 여겨지진 않았다. 자유분방하다고 할까.

▲ 혁객의 우츠차오 기자. 바둑컨텐츠에서 스토리텔링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 말씀하신 ‘청춘의 폭풍’ 현상엔 공감한다. 셰얼하오·구쯔하오 등 98년생들이 올해 폭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누가 이겨도 좋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중-중전이 되어 안방싸움이 됐다. 중국표현으로는 ‘내전’이라고 한다. 탕웨이싱이 되면 3관왕이 되니 좋고, 구쯔하오가 이기면 98년생으로서 첫 챔피언이 되니 좋다. 행복한 고민이다. 이런 가벼운 마음은 화쉐밍 중국 국가대표팀 총매니저나 중국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단장으로 오지 않은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바둑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이 단장으로 오셨다.

- 이례적으로 중국매체도 많이 왔다. 신랑망, 혁객, 체단주보다.
(우) 커제와 스웨가 상하이에서 대국할 때 보도진으로 대회장이 꽉 들어찼던 기억이 난다. 삼성화재배도 무대를 자꾸 중국으로 넓히면 대회를 더 널리 알릴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 인공지능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중국바둑계에도 변화가 많을 것 같다.
(리) 중국 텐센트社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줴이는 승률을 분석하고 참고도를 제시한다. 휴대폰으로도 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 그 높은 수준에 중국 프로기사들도 감탄한다. 이는 바둑규정에 영향을 주었다. 모든 경기에서 휴대폰을 끄게 하던 것에서 수거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허페이에서 열린 국제페어대회에서 첫 적용했다. 또 인터넷으로 진행하던 예선을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프로기사 아마추어 할 것 없이 인공지능을 스파링 파트너로 삼는다. 일본 인공지능 젠, 벨기에의 릴라, 일본의 AQ 등 사용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중국 쑤광예 아마추어 7단은 자택에 고사양의 피시 하드웨어 설비를 마련하고 릴라로 바둑훈련을 한다고 한다. 성시바둑리그는 규제가 쉽지 않았는지 검토에 인공지능 사용을 허용한다. 또 아시다시피 알파고 교육툴도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다. 줴이의 최근 버전은 프로기사를 상대로 알파고 마스터와 비슷한 승률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번 주말 열리는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줴이는 그동안 더 최적화 되고 강해진 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우) 나는 프로기사 제도는 곧 사라질 것이란 주제로 기사를 다뤘다가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인터넷에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프로기사의 존재 의미를 위협할 수 있느냐는 게 뼈대다. 프로기사는 고급스런 바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존재들이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그 수준을 넘어선다.‘인공지능보다 더 나은 내용을 보여줄 수 없는 프로기사들이 일생을 바둑만으로 먹고 살게 하는 것이 괜찮은가’하는 시각이 바둑계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 중국바둑계는 한국바둑계를 어떻게 바라보나?
(리) 거울처럼 여긴다. 비교할 수 있고 경험을 가져올 수도 있다. 삼성화재배의 새로운 시도와 발상을 배우고 활용한다. 통합예선, 더블일리미네이션, 중식시간 제거 등이 그것이다. 느끼시겠지만 중국바둑계는 한국바둑의 동향에 대해 민감하고 이슈를 분석한다.

(우) 문경새재배처럼 공식화한 프로암대회에서 강동윤이 우승한 것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중국은 정확히 같은 형식은 없긴 하지만 여러 가지 형태로 프로와 아마가 한데 어울려 대국하는 대회도 있다. 하나 100위권 바깥의 이름없는 프로가 참가한다면 몰라도 세계대회 우승자가 참가해 우승한 것에 대해 중국바둑팬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더 많이 보내고 있다.

▲ 노트북을 손에서 떼지 않는 리신조 기자. 속보를 중시한다.


(리) 중국 단체전인 갑조리그는 한국바둑리그에서 힌트를 얻어 포스트시즌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안다.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거의 결정이 돼 있다.

- 한국바둑계와 중국바둑계가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해내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일까?
(우) 무엇보다도 전방위적인 교류가 중요하다. 내년부터 한국바둑리그와 갑조리그가 우승팀끼리 대항전을 벌인다. 좀 더 확대돼 유럽의 축구 프리미어리그처럼 다같이 겨루는 하나의 대회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형태겠다. 물론 일본을 염두에 둔 얘기다. 천원전이나 명인전은 한국과 중국의 우승자가 대항전을 벌일 수 있어 좋았는데 사라져서 아쉽다.

(리) 교류전과 대항전이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통합예선에는 대규모의 외국기사들이 참가하는데, 1회전에서 떨어지면 바로 본국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교류전을 도모하는 것도 아이디어 중 하나다. 중국과 한국이 힘을 합쳐 세계바둑랭킹 산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진척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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