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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7개월 입단, 나를 찾았기에 늦지 않았다 ''도은교''
  • [입단]
  • 뉴스제공 : 사이버오로 / 김수광 2018-03-14 오후 10:15:57
▲ 32세 7개월이란 늦은 나이의 입단. 바둑동네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떠들썩하다. 도은교는 14일 프로기사임을 확인해 주는 면장을 받고서 활짝 웃었다.

프로기사 지망생으로 공부하다가 중간에 관두면 타격이 크다. 10년 이상 중단하면 입단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이 나왔다. 도은교다.

도은교는 32세 7개월에 입단했다. 어린 시절 화려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바둑에 입문한 뒤 12세 때인 1997년, 대한생명배 세계여자아마바둑선수권에서 우승하고서 같은 해 아마추어 여자국수에 올랐다. 2000년엔 다시 아마여류국수에 올랐다. 십대에 두 번이나 아마여류국수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다. 탄탄대로를 걸으며 프로가 될 것 같았던 그녀는 갑자기 바둑공부를 접었다.

연세대 수학과에 입학하며 승부사의 길과는 멀어졌다. 졸업 뒤엔 증권회사를 다녔다. 도은교는 바둑 역사 한페이지를 장식했던 기재 있는 소녀로 기억 속에만 남았다. 그러다 2014년, 다시 프로가 되겠다고 바둑계로 돌아왔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고 다른 길을 가던 그녀에게 컴백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돌아와서는 마음고생도 많았다. 이를 악물었는데 고통의 기간은 끝나가고 있었다. 아마여자국수에 두번째 올랐던 2000년으로부터 17년이 지난 2017년, 또다시 아마여류국수에 올랐다. 그리고 같은해 지지옥션배 아마대항전에서 숙녀팀의 우승을 결정지으며 물오른 기량을 과시했고, 2018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프로기사가 됐다.

먼 여행을 떠났다가 마침내 되돌아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걸 찾은 도은교가 마음속에 접어놨던 이야기를 풀었다.

▲ 2017년 제11기 지지옥션배에서 숙녀팀 우승을 결정지었던 도은교가 팀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도은교(都恩敎) 초단
- 생년월일 : 1985년 8월 10일(서울)
- 도봉락ㆍ김태순 씨의 3녀 중 막내
- 지도사범 : 김대용 6단
- 출신도장 : 충암 바둑도장
- 존경하는 프로기사 : 이창호 9단
-기풍 : 두터운 실리형

- 늦은 나이에 입단은 더욱 어렵다. 자기 일처럼 감격한 사람이 많았다
“결정국을 마치고 한참동안 ‘끝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오전에 졌다가 재대국을 치르게 되었을 땐 너무 지쳐 있었다. 벼랑 끝 사투를 벌이다 보니 기쁨을 느낄 힘조차 없었다. 그저 ‘안 죽었구나’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연락이 잦지 않았던 분들에게서 축하 문자를 받았다. 프로기사의 삶이 기대되고 설렌다. 꿈을 꾸는 것 같다.”

- 갑자기 학업으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이었나?
“어머니는 항상 내가 학교공부를 하기를 원하셔서 나는 부담이 컸다. 입단대회에 나갈 때마다 이번에는 꼭 통과해야 한다는 강박에 내몰렸다. 1999년, 입단대회에서 실패하고서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그만두어야 하나 진지하게 생각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0년 아마여류국수에 올랐지만 바로 그때 가세가 기울었다. 바둑을 배우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관둘 수밖에 없었다.”

- 학교공부로 돌아서고 증권회사를 다니면서 바둑이 그리웠나?
“고등학생 때 수학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수학과를 갔다. 수학은 바둑과 닮았다. 확실한 답이 있다. 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고 애매한 걸 싫어하는 성격인 나에게 맞는다. 찾아가는 과정은 여러 가지일지라도 추구하는 답은 하나다. 바둑은 답이 없을 때도 있다고들 말하지만, 적어도 이기고지는 것 만큼은 명확하다. 수학처럼 바둑도 순수학문이다. 바둑과 수학은 때가 묻지 않은 세상이다.

전공이 수학이다 보니 취업을 생각하면서 금융권을 찾아 보게 되었다. 원대한 꿈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자기 소개서에 바둑얘기를 썼는데 금융권회사에서 관심을 보였다. 증권회사엔 바둑을 좋아하시는 분은 많은데 너무 바빠서인지 바둑을 두시는 분은 잘 눈에 띄지 않았다.

대기업이었다. 남 부럽지 않은 직업이었다. 한데, 너무 바빴다. 7시30분까지 출근해야 했고 주말엔 뻗어서 잠만 잤다. 운동할 시간은 없었다. 감기를 달고 살았다. 닥치는 대로 일을 배웠지만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아니었다. 정신없이 살면서 나이를 먹었다. 회사원으로 잘 살아내고 있는 듯했지만 나라는 존재는 사라졌다.

그러자 바둑을 배울 때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바둑 실력을 어여삐 보아 주신 분도 있겠지만 바둑계에 여자가 귀하다 보니 예뻐해 주신 분도 많았다. 바둑계를 떠난 뒤로 사랑받고 귀염을 받는 일은 없었다. 바둑계 사람들이 그리웠고 바둑 승부가 그리웠다.”

- 2014년 바둑계로 되돌아온 뒤로는 바둑방송에서 캐스터 생활도 했다. 2016년엔 TV조선에서 캐스터로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 해설방송을 진행하다 이세돌 9단이 이기자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기계에 맞서 싸운 인간 대표의 심정에 공감했다는 숭고한 의미는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셨을 분도 있을 텐데 ^^. 그냥 이세돌 9단이 처한 상황이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알파고에게 세번째 판까지 지자 승부는 물건너갔고 이제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모두들 생각했다. 나는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입단공부를 다시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어려울 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랬는데, 이세돌 9단이 기적처럼 이긴 것이었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 지난해(2017년)엔 지지옥션배 아마대항전에서 도은교는 숙녀팀의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결정지었다.


- 바둑은 어떻게 입문하게 됐나?
“아버지가 바둑을 좋아하셨다. 자녀를 여러 학원에 보내는 게 유행이었다. 나도 여러 학원을 다녔다. 바둑·수영·피아노 다 배웠다. 아버지는 집에서도 언니와 나에게 바둑을 접할 수 있게 해주셨다. 바둑교실을 다니지 않은 언니는 10급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나는 바둑에 심취해서 바둑교실을 열심히 다녔고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 프로가 되기로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월간바둑을 보면 이창호 9단의 활약상이 나와 있었다. 나는 이창호 9단 팬이었다. 한국기원에서 이창호 9단과 마주칠 때면 정말 신기했다. 그때는 참 젊으셨는데….”

- 다시 하는 입단공부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14년에 돌아온 뒤 첫 1년은 방송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입단공부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 다음해에 캐스터를 그만 두겠다고 피디님께 말씀드렸다. 속세를 떠나 바둑공부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대만으로 떠났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바둑계에 내가 너무 잘 알려져 있었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나이도 많은 사람이 웬 입단준비인가’, ‘예전엔 기재가 출중하다고 알려졌는데, 왜 이렇게 약해졌나’
십대들과 경쟁하는 게 쉽지 않았다. 십대들은 주인공이었고 나는 주변인이었다. 나는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시동을 거는 데 불과한데도 그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성격이 민감한 까닭에 그런 시각들이 견디기 힘들었다. 바둑계 되돌아와 입단준비를 하던 2년 간은 실제로 바둑실력이 형편없었다. 자존심이 강해서 스스로 실망했다. 괴로웠다.”

- 자신의 바둑스타일은 ?
“균형감각, 대세관이 좋다는 말을 듣는다. 수읽기를 보완해야 한다고 느낀다. 부분보다 전체에 강한 것 같다. 정교함도 더 늘려야 한다고 느낀다. “

- 존경하는 기사는?
“이창호 9단과 박정환 9단이다. 이창호 9단은 어릴 때부터 깊이있는 바둑을 둔다고 생각했다. 내공이 깊은 바둑이어서 쉽게 내리막 길을 걷지 않을 것 같았다. 여전히 뭔가를 보여주실 수 있을 것이다. 박정환 9단은 대세관이 좋고 감각도 좋다. 기보를 놓아보다 역시 잘 두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 여가를 어떻게 보내나?
“수영을 즐긴다. 평온한 게 좋다. 동네 수영장이라도 주말 저녁엔 사람이 드물다. 홀로 수영하면 평화롭다.”

- 어떤 프로기사가 되고 싶나?
“실력을 인정받는 기사가 되고 싶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그러니까 결혼하고 애 낳고 기르는 바쁜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힘껏 기량을 끌어올릴 테다. 프로기사는 어릴 적의 공부가 평생을 가는데, 나에겐 채우지 못한 분량이 있다. 나를 찾으러 바둑계로 돌아왔다. 대회 우승도 노리겠다.”

▲ 한날 입단한 동기들과 함께.이단비 초단, 이도현 초단, 도은교 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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